"안녕하시오, 내래 김 참사라고 합네다. 조용필 선생을 평양으로 모셔오시라우."
어젯밤(28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는 한 통의 비밀스러운 전화로 시작된, 20년간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펼쳐 보였습니다. 바로 '가왕' 조용필의 2005년 평양 단독 공연 비하인드 스토리였죠.
단순한 공연 기록이 아니었습니다. 냉전의 긴장 속에서 오직 음악 하나로 얼어붙은 땅을 녹였던 '그날'의 숨 막히는 줄다리기와 뜨거운 감동의 순간들, 꼬꼬무가 들려준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1. "조용필 선생을 평양으로..." - 모든 것의 시작
이야기의 시작은 2004년 중국 베이징이었습니다. SBS PD에게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자신을 '김 참사'라고 밝힌 북측 인사의 제안은 단호하고 명확했습니다. "조용필 선생의 평양 단독 공연을 추진해달라"는 것.
하지만 '가왕'의 평양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습니다. 금강산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이 하루아침에 취소되고, 1년 넘게 이어진 줄다리기 협상 속에서 제작진은 수없이 마음을 졸여야 했습니다. 꼬꼬무는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풀어내며, 이 공연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 성사되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2. 금지곡이 될 뻔한 '여행을 떠나요'와 '친구여'
이번 방송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비하인드는 바로 '선곡'을 둘러싼 남북의 팽팽한 신경전이었습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명곡 '여행을 떠나요'와 '친구여'가 북측의 반대로 하마터면 무대에 오르지 못할 뻔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는데요. "근심은 모두 잊고 여행을 떠나자"는 자유로운 가사와 "너와 나"를 동등하게 칭하는 '친구'라는 단어가 북한의 체제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조용필 측은 "이 곡들을 빼면 공연의 의미가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고, 오랜 설득 끝에 기적적으로 공연 직전에 부를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고 합니다. 이 노래들이 평양 한복판에 울려 퍼졌을 때의 감동은 단순한 멜로디 그 이상이었습니다.
3.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 가왕의 무대
공연 당일, 류경정주영체육관을 가득 메운 북측 관객들의 표정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습니다. 박수도, 환호도 없는 정적 속에서 시작된 무대. 하지만 조용필이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독백을 시작하고 노래를 이어가자, 객석의 분위기는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카메라에는 눈물을 닦는 관객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잡혔죠.
그리고 공연의 클라이맥스, '친구여'와 '여행을 떠나요'가 울려 퍼지자 객석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특히 마지막 곡 'Bounce'의 경쾌한 리듬에 맞춰 딱딱하게 굳어 있던 관객들이 모두 함께 박수를 치는 장면은, 음악이 이념과 체제를 넘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마치며] 음악으로 하나 되었던 '그날'
꼬꼬무 190회는 단순한 가수의 해외 공연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절, 오직 '가왕' 조용필이라는 이름과 그의 음악이 만들어 낸 기적 같은 순간에 대한 기록이었습니다.
20년 만에 공개된 미공개 영상과 제작진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우리는 음악이 가진 위대한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념의 벽을 허물고 모두를 하나로 만들었던 '그날'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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